본문으로 건너뛰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안녕하세요? 뚱딴지네입니다. 이번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어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나 1926년 스위스에서 생을 마친 오스트리아 계열의 독일어 시인이에요. 섬세하고 사유적인 시 세계로 잘 알려져 있고, 대표작으로는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등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안녕하세요?

뚱딴지네입니다.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릴케의 기도시집 — 라이너마리아릴케2025민음사

이번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어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나 1926년 스위스에서 생을 마친 오스트리아 계열의 독일어 시인이에요.

섬세하고 사유적인 시 세계로 잘 알려져 있고, 대표작으로는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등이 있어요.

이번에 읽은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는 릴케의 《기도시집(Das Stunden-Buch)》을 바탕으로 한 책으로,

릴케 초기 시 세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네요.

“나 사라집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몸의 통증과 심장의 아픔,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까지 이어지는데, 읽는 사람의 감정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힘이 있었어요.

이런 구절은 편안하다기보다 아프게 다가오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솔직함 때문에 더 위로가 되기도 하네요.

힘들 때는 괜찮은 척하는 말보다, 이런 슬픔을 그대로 말해 주는 문장이 더 마음에 닿을 때가 있으니까요.

인생, 아내, 개, 아이, 우리가 ‘내 것’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실은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낯선 형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릴케는 그것을 “장님처럼 두 손으로 더듬어 볼 뿐인 낯선 형상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처음 읽었을 때 묘하게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러면서 문득 떠올랐던 건, 우리 삶이 결국 ‘붙잡는 일’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람도, 관계도, 시간도 내 마음대로 붙들 수 없다는 사실이 솔직히 쓸쓸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 쓸쓸함 앞에서 문득 불교의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만물이 늘 변하고 머물지 않는다는 것,

고정된 ‘나’나 ‘내 것’이라는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그래서 집착할수록 괴로워진다는 이야기.

릴케가 말하는 이 낯선 형상들의 풍경이 사실 그런 사유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게 이 구절의 참 묘한 부분인 것 같아요.

붙들 수 없다는 걸 안다는 건, 반대로 말해 ‘소중함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미처 붙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채는 그 순간, 오히려 그 안의 ‘소중함’이 더 짙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오 주여, 저마다 고유한 죽음을 주소서.”

처음 이 구절을 마주했을 때, 묘하게 마음이 멈췄어요.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보통은 두려움부터 앞서게 되는데, 릴케가 말하는 이 죽음은 조금 결이 달랐죠.

그는 그것을 두려운 ‘끝’이라기보다, 사랑과 의미, 고난이 함께한 삶 끝에서 우러나오는 ‘저마다의 죽음’으로 그려요.

쉽게 말하면, 죽음은 어떻게 살아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막연하고 무거운 주제인데도 묘하게 숙연해지는 건,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릴케가 이 ‘위대한 죽음’을 열매에 비유한 부분이에요.

열매는 씨앗이 뿌려지고, 자라나고, 꽃을 피우고, 천천히 익어 가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열매가 되죠.

그렇게 보면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삶을 통해 천천히 익어 가는 열매 같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마다 고유한 죽음을 주소서”라는 그 기도는,

결국 잘 익은 죽음,

자기 인생의 결실로서의 죽음을 갈망하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어떤 사랑을 품었는지에 따라,

조용히 익어 가는 그 열매의 모양도 달라질 테니까요.

아직 길고 단단한 여정의 끝이라고 하기엔 제가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 ‘익어 가는 열매’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조용히 남았어요.

이 책은 쉽고 친절하게 위로해 주는 책은 아니에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네요.

환하게 괜찮다고 말해 주기보다, 슬픔과 불안, 삶과 죽음 같은 감정을 조용히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었어요.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읽어서 더 특별하게 남은 책이네요.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며 조금씩 마음을 추스르는 것처럼, 이 시집도 그런 방식으로 제게 힘이 되어주었어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오래 남는 문장들을 건네줄 것 같네요.

#라이너마리아릴케 #나는나의삶을살고있습니다 #기도시집 #DasStundenBuch #시집추천 #독서기록 #책리뷰 #삶과죽음 #위로가되는책 #릴케


네이버 블로그에서 원문 보기 →

영상으로 보면 더 생생해요
YouTube · @ddungddang_com
구독하기 →
More Stories

함께 보면 좋은 기록

전체 스토리 →